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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설연화
작성일 2006-03-03 (금) 19:22
ㆍ추천: 251  ㆍ조회: 4077      
IP: 220.xxx.92
고양이와의 짧은 사랑 /글 박영신
고양이와 짧은 사랑



                                                        박  영  신



그 숲길 산책로에서 눈이 마주친 것은 밤 안개에 덮인 별빛 그늘이 너무도 스산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쪽으로 길게 나무들이 우거진 공터에서 허기진 듯 밤이 주는 적요함과 어둠 속에서 보여지는 사색의 창을 열고 있었다.
그 때 , 어디선가 낯선 고양이가 나타났다.  결핍으로 깊숙해진 그의 눈매를 보았다.  한 순간, 이상한 마력으로 다가오는 무엇인가를 느꼈다.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고 예쁘다고 해주니 금방 회색 빛깔 몸을 비틀며 안기는 것이었다.  일어나서 한 참을 걸어가다가 돌아보면 고양이는 나를 따라 오고 있었다.  꽤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차도가 있는 길을 건너서 보도블록을 따라 나를 따라왔다.
한 사람의 타인을 내 안의 공간으로 수용하기까지의 거리라면  멀고도 가까우리라.  씻기고 먹을 것을 주었다.  그러나 먹는 것보다는 염려스러운 눈빛으로 나의 행동을 주시했다.  고양이는 차츰 안심하고 편하게 누워서 장난도 쳤다.    
아주 옛날의 일이었지만 유난히 깊어서 눈물이 날것만 같았던 눈동자만은 지금도 희미하게 남아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서 풍기는 슬픔의 냄새는 오히려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떠돌이 고양이에게 더 유혹적인 것은 먹이보다는 저녁에 흔들리며 불어오는 바람이었으리라.  우리는 그처럼 쓸데없이 외로웠고 하릴없이 방황하는 나이였었다.  만남이란 기막힌 우연을 가장한 필연 때문에 만들어진 씨줄과 날줄이 만나는 포물선의 꼭지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시절이었다.
드디어 발자국 소리 없는 이슬비처럼 마음을 적시며 다가오는 그는 뜨거운 신열로 들뜨게 했다.  한번도 보지 못한 색깔들이 서로의 눈길에 녹는 찻잔 속에, 하늘에, 바다에 현란하게 빛났다.  
남루하고 초라한 현실을 근사한 착각의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던가.  아니다.  이미 우리는 너무나 행복해서 그런 것들을 볼 겨를이 없었다.  한 순간, 집착도 사랑으로 보였다.  그러나 두 얼굴은 너무나도 같았다.  정념(情念)의 불꽃이면 나머지 생을 다 태우고도 부족함이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삶 위에 덧없이 흘러가는 모든 것이 불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속절없이 사라지는 것 위에 피어나는 향기라고 해도, 한 때 그 빛깔을 취할 수 있음으로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서로를 그리워하고, 인정하고, 이해하고 존재의 의미를 밝게 비춰주는 사랑은 얼마나 좋은 것인가.  네가 있으므로 내 삶의 의미가 있고 내가 있으므로 네게 삶의 기쁨을 준다는 것.  그러나 인생은 환상의 무지개만으로 된 것이 아닌 이상, 현실의 밝은 눈은 언제고 참견을 하게 마련이던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하던 것은 왜 그랬을까.  고양이는 침대 위에서 벼룩을 털고 있었고 떠돌이의 삶에서 얻은 병을 안고 있었으며  시도 때도 없이 큰소리로 소리질렀다.  공연히 스멀스멀 찾아드는 걱정거리 처럼 갈등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손바닥처럼 작은 내 공간에 머물기에는 너무 컸던 그의 허물은 내 삶의 질서들을 흔들기 시작했다.  점점 부담스럽기 시작했다.  이별은 그렇게 준비되어 가고 있었을까.  마침내 아파트 전체를 흔드는 울음소리에 더는 참을 수 없는 한계가 왔다.  이제 보니 너무나 덩치가 크고 늙은 고양이었다.  때문에 소리도 우렁찼다.  감당할 자신이 없어졌다.  이미 여러 차례 경고를 듣고는 어쩔 수 없이 고양이를 데리고 처음 만났던 장소로 갔다.
그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한 것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직접 다가올 때였다.  결혼을 할 자신이 없었다.  놓여있는 각박한 사정이 이해와 동정은 가지만 그것을 받아들일 용기가 없었다.  그의 옷에는 오랜 가난과 질병의 그림자가 배어있었다.  그가 즐기던 우울하고 낭만적인 노래들이 마음 안에서 점점  굴절되어갔다.  이제 더 이상 하늘은 은빛도 금빛도 아니었다.  필사적으로 반대하시는 어머니의 심장병을 핑계삼아 점잖게 거절을 했다.
그는 상처받았다.  
그리고 세월이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갔다.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서로 알 길은 없다.  그의 무의식 속에서 만지면 아픈 종기처럼 살아있는 지 알 수 없다.  
고양이를 데리고 다시 그 밤의 산책로를 걸어갈 때, 그의 가슴을 가로질러 고통의 발자국을 밟는 것 같았다.  긴 사랑의 행로가 한 순간에 떠올랐다.  맨 처음 마음을 열어야 하는 달콤한 고통, 생경스러운 언어의 사치로 이루어지는 촌스러운 상호교감,  일상에 가라앉은 공기를 생기로 되살려 주는 불안정한 유쾌함.  그리고는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꽃같은 정념......
불현듯 잊었던 눈동자가 다시금 형형하게 살아나고 있었다.
숲 속으로 사라지는 고양이가 한번쯤 뒤를 돌아본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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