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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화의 문학-수필   하루의 행복
일상생활의 잔잔한 이야기와, 생활글, 그리고 시사에 관련한 생각들.
올해는 좀 더 많은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작성자 설연화
작성일 2009-09-26 (토) 07:18
홈페이지 http://sichenji.com
ㆍ추천: 0  ㆍ조회: 1539      
IP: 121.xxx.6
고3 은 가족이 없다. 오직 수능만 있다
고 3은 사람이 아니다 다만 공부하는 기계일 뿐이다.
언젠가 들었던 이야기다. 하지만 그때는 우리 아이들하고는 전혀 상관 없는 때였기에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었다. 나 또한 고3 일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 수능시대와는 다른 본고사 시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 치열한 고 3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보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 성인 이라고 하기엔 아직 어리고, 어리다고 하기엔 성인에 가깝고 그러기에 모든 것이 설레임으로 다가서는 나이가 고3 열아홉살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 나이의 딸아이가 밤이 되면 거의 녹초가 되어서 들어온다. 언제나 힘이 없이 축 쳐져 있고, 밝고 신나게 나가는 아침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볼 수있다. 어느날은 들어오자 마자 인사만 하고 제 방에 들어가 푹 쓰러져 잠들기도하고, 어느날은 새벽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책과 하나가 되어버린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딸아이를 바라보는 엄마로써는 어서 이 고 3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19살!
사람으로 태어나 가장 아름답고 멋진 나이일 것이다. 가장 풋풋한 나이일 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예쁠 수 밖에 없는 나이. 그 아름다운 나이에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들은 모두 대학 이후로 미루고 오직 수능이라는 중차대한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고 3이다.
 
편도선이 부었다며 자러 들어간 딸아이가 문제지를 들고 식탁에 앉는다.
"잔다면서 왜 나왔어?"
"지금 이시간에 다른 애들은 공부하고 있겠지?"
"지금 한시간 힘들게 공부하고 피로를 누적하는 것 보다 오늘 하룻밤 쉬고, 내일 힘차게 더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해. 그리고 수능은 머리싸움 공부싸움이기도하지만, 체력싸움이기도 해. 지금 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컨디션 조절이야. 너의 패이스를 지켜가며 공부하는게 중요해"
"지금 아프다고 누우면, 내일도 또 눕고 싶을 것 같아. 그러니까 엄마가 자주 보는 식탁에서 할래. 그래야 긴장감을 늦추지 않을 것 같아"
"그러다가 건강해치면 더 손해야"
"그렇게 되도록 하지는 않을께. 엄마방 문 열어 놓고 일해 알았지?"
"그래......."
그렇게 딸아이는 새벽 2시까지 식탁앞에 있었다. 정치 문제를 풀다가 뭔가 뒤적거리다가. 그리고는 한참을 메모하더니, 다시 문제지를 풀고, 가끔은 물을 마시고, 그리고 가끔은 화장실에 갔다.
 
고 3은 놀토가 없다. 노는 토요일에도 학교는 8시 20분까지 가야하고, 오후 5시가 넘어야 끝나게 된다. 그리고 딸아이는 매주 토요일밤은 독서실로 향한다. 그리고 또 그곳에서 새벽 2시. 그리고 일요일도 쉬이 책을 놓지못하고 침대에 누워서도 책을 보고 있다. 그렇다고 공부를 뛰어나게 잘 하거나, 그동안 두드러진 성적을 낸 아이도 아니다. 지방이기에 자신의 꿈을 실행 할 수 있는 학과를 찾을 뿐. 그리고 그 학과에 무난하게 들어갈 수 있는 성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그렇다면 정말 공부 잘하는 우등생들은 어떠할까? 우리 아이보다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딸아이 친구중에는 집이 바로 앞인데도 불구하고 고시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도 있다한다. 학교 끝나면 고시원으로 들어가고 새벽에 고시원에서 나와 바로 학교로 간다는 것이다. 그 밥먹는 짧은 시간마져도 책을 보고 있다는 것.
 
난 학교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괴짜엄마로 소문이 나 있다. 아이가 중요한 시기이지만, 집안 행사가 있으면 수업에서 뺀다. 또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담임 선생님께 전화해서 야자도 뺄 수 있으면 뺀다. 다른 부모님들은 학원, 학교가 우선이고 가족은 그 다음이다. 하지만 난 언제나 가족이 우선이다. 외지에 있던 집의 가장이 내려오는 날에는 아이들이 먼저 집에 들어와서 아빠를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온 가족이 모이는 행사에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모두 참석해야 한다. 그 빠진 시간에 못 했던 공부는 나름대로 채워 나갈 수 있다. 의지만 있다면 그 정도는 누구나 채워 나갈 수 있다는 내 생각이다. 그리고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공부도, 자신도 가족의 행복한 웃음속에 존재해야만 더 능률적이라는 것이다. 가족행사에 모두 만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정을 나눌 때 혼자 학교에 남아 있다면 얼마만큼의 능률이 오를 수 있을까? 또한 그렇게 해서 대학을 하고, 삶에 있어 경제적인 부와, 명예를 얻는다 해도, 가족을 돌아보지 않는 다면 그 또한 무슨 의미가 있을까.
 
행복한 가정이 우선이 되어야 아이들의 공부도 능률적일 것이다. 학교 야간자율학습 두어시간 빼먹는다고 해서 절대 뒤쳐지거나 하지도 않는다. 가족의 행사가 있을 때는 가족과 함께 하고 그리고 수업에 충실 한다해도 분명한 것은 본인이 하려고 하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가 아직 성장하지 않아서 절대 잘 될 것이다. 이것이 정답이다라고는 할 수없다. 다만, 가족이라는 울타리안에서 함께 호흡하고, 함께 생각하면서 수능을 대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 될 수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난 추석 때 딸아이를 독서실에 넣어두고 명절을 지내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함께 음식도 만들 것이고, 함께 친정에도 갈 것이다. 그리고 추석 다음주에 있는 큰집 조카딸 결혼식에도 고 3 딸아이를 데려 갈 것이다. 하루 쉬었다면 다음날 더 열심히 하면 된다. 지금 까지 가족 행사에 단 한번도 아이들을 떼어 놓은 적이 없기에 딸 아이를 홀로 두고 명절을 보낸다 해도 딸아이 또한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집에 누가 왔을까. 지금 무엇을 할까. 바쁘지는 않을까. 작은 엄마는 또 허리 아파서 늦게 오실까? 등등 명절 때마다 학교에 있으면 문자를 했던 딸아이가. 독서실에 가둬 놓는다고 해서 그 궁금증이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피곤해 하는 딸아이를 어찌 깨워야 할까. 지금 깨우면 아마 어렵게 눈을 뜰 것이다. 그리고 축쳐진 어깨로 욕실에 들어가고, 그리고 나와서는 내가 걱정할까봐 밝은 목소리로 떠들면서 아침을 먹고, 그리고 신나는 모습으로 학교에 갈 것이다. 딸아이가 안스럽다. 어서 수능이 끝나고 모든 결론이 나 버렸으면 좋겠다. 수능 47일 남았다. 그 47일동안 마지막 정리를 얼마만큼 잘 하느냐에 따라서 판가름 나는 것이다. 너무나 약해서 힘겹게 체력과 씨름하는 딸에게 오늘은 용기를 주고 싶다.
 
"이제 다 왔어. 고 1때 부터 달려왔던 마라톤의 결승점이 보이자나. 자 조금만 힘내자. 그리고 열심히 했으니 꼭 좋은 결과가 있을거야. 자 우리딸 오늘은 엄마가 삼겹살 사줄께!!! 힘내자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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