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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화의 문학-수필   하루의 행복
일상생활의 잔잔한 이야기와, 생활글, 그리고 시사에 관련한 생각들.
올해는 좀 더 많은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작성자 설연화
작성일 2010-09-25 (토) 16:02
홈페이지 http://sichenji.com
ㆍ추천: 0  ㆍ조회: 1648      
IP: 220.xxx.26
김여사의 장롱면허 탈출기 1 - 장롱면허가 된 사연
 



김여사의 장롱면허 탈출기 1 - 장롱면허가 된 사연



내가 운전면허를 취득한 것은 2004년 8월 31일 이었다.

한동안 매달렸던 문인협회 일을 그만 둔지 몇 개월 되지 않아서였다. 무엇인가에 집중을 해야 했고, 집중해야 되는 것이 자격증 따는 것이었다. 그래서 컴퓨터그래픽스 운용기능사부터 시작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자격증 시험에 도전을 했다. 그러던 중 남편이 운전면허도 도전해 보라는 말을 했다. 필기는 일단 전주 시험장에 인터넷 접수하고, 바로 합격을 했다. 하지만, 운전학원에서 이수 시간이라는 것이 있어서, 일정 시간동안 연습하지 않으면 시험을 볼 수 없었다.



남편이 과감하게 운전학원을 접수해 주었다.

8월 1일 이었다. 코스와 주행까지 모두 합격하고, 운전면허증을 받은 것이 8월 31일 이었다. 딱 한 달이 걸렸다. 남편도, 주변 사람들도 내가 운전을 금새 익힐 것이라고 믿었다. 아니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운동선수였기에 운동신경도 남달랐고, 과감한 성격이라서 쉽게 운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변수는 또 다른 내 성격이었다.



무엇이든지 완벽하게 준비가 되지 않으면 시도하지 않는 내 성격이 운전에는 방해물이 되었다. 물론 내 나름의 완벽을 이야기 하는 것이지만, 운전은 완벽하게 익히기 위해서는 먼저 연습이 되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처음에는 남편의 일이 끝나면 밤에 개발지역에 가서 좌회전, 우회전, 후진, 주차 등을 연습했었다. 밤이었기에 시아도 짧았고, 스틱이었기에 자동차 조작하는 것만으로도 바빴다.



외각 지역은 차라리 편했다. 그냥 앞만 보고 달려도 차는 가는 것이기에...... 하지만 시내로 들어오면 너무 번잡하고, 속도도 일정하지 않아서 기아 변속을 매번 해야 했다. 그때 처음 후회 했었다. 그냥 2종 보통을 취득했더라면, 처음부터 기아변속 오토 자동차로 사주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여름에 면허를 취득해서 12월 초입에 들어설 때까지 그렇게 남편의 시간이 허락하는 날엔 운전대를 잡았다. 하지만 막상 혼자는 할 수 없었다. 잘했다는 말보다는, 실수하는 부분에서 자꾸 나무라기만 하니, 운전대에 앉으려면 먼저 심장이 벌렁거려서 혼자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겨울이 되었고, 남편의 직업이 바뀌었다.

전에는 기사들 관리만 하면 되었지만, 업종을 바꾸다가 보니 실제 현장이 직접 뛰어 들어 현장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겨우 혼자 나갈 수 있게 되었지만, 자신이 없어서 나가지 못했다. 그렇게 또 몇 개월이 흐르고, 아들에게 약간의 문제가 생기는 일이 발생했다.  중학생이었지만, 워낙 키도 큰데다가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라 고등학생들의 시비 거리가 되는 것이었다. 하루는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수업도중에 고등학생의 담배 심부름 하다가 담임한테 들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등학생들은 경찰서로 넘겨지고, 아들아이는 반성문을 쓰고 있다는 담임의 전화.



어쩔 수 없었다. 매일 아들을 교문에서 지키고 있다가 데려오는 수밖에. 

시간표를 여기저기 붙여 놓고, 아들이 하교시간이 되면, 두려워하면서도 애 학교까지 차를 끌고 갔다. 그렇게 보름정도 학교와 집만을 오갔다. 항상 같은 코스, 같은 시각이었기에 큰 무리는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들이 내방으로 들어오더니 아주 심각하게 이야기를 했다.

“애도 아닌데, 엄마 차가 보이면 아이들이 자꾸 놀려요. 이제 절대 그런 일 안 생기도록 할 테니 학교 오시는 거 그만하시면 안돼요?”

그 말 한마디에 더 이상 아이 학교에 가지 않았다. 가지 않으니 운전 할 일도 없었다. 그렇게 첫 번째 운전연습은 끝이 났다.



그리고 1년이 조금 지났다. 동생이 군산으로 내려왔고, 다시 나도 운전을 해야겠다며 운전 연습을 시작했다. 그때는 막내 동생도 직장을 구하지 않았던 상태라서 매일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동생이 낚시 가면 데려다 주었고, 난 주변에서 사진을 찍었다. 외각도로를 달려보고, 고속도로를 달려보고, 부여, 한산, 부안, 대천, 서천, 서산, 멀리는 나주까지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돌아다녔다. 하지만 2개월 뒤 동생은 직장을 구했고, 매일 출근을 해야 했다. 혼자 운전대를 잡고 나간다 해도 큰 이상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갈 곳이 없었다. 목적지가 없는 배는 난파되기 십상이다. 목적지가 없는 운전은 그냥 방황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목적지가 있더라도 지리를 알지 못하기에 갈 수 없었다.

-내비게이션이라도 달아주지-

나의 소망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소망으로 끝나고 말았다.



다시 1년 남짓 운전대를 잡지 않았고, 남편이 외지 현장으로 가는 날이 많았기에 남편은 내가 운전을 하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그래야 아이들이 급할 때, 남편이 급할 때, 내가 움직일 수 있으니. 그래서 다시 5개월 정도의 연습이 필요했다.

“인제 혼자 나다녀도 충분 하겠다”

“어디를 가?”

“사진 찍고 싶은 곳. 항상 나한테 데려다 달라고 했던 곳들 있잖아”

“찾아 갈 줄 몰라. 군산 지리도 모르는데?”

“........”

남편은 정 갈 곳이 없으면 사무실이라도 매일 나와서 경리 아가씨랑 놀다가 들어가라고 했다. 하지만, 난 어느새 새로운 무엇인가에 도전을 하고 있었고, 운전 보다는 도전하고 있는 그것이 더 재미있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이 지나자 남편은 쓸데없는 세금만 나온다며 집에 있던 차를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렸다.



그리고 3년 동안 운전면허증을 꺼낼 일은 없었다.

그렇게 난 장롱면허로 적성검사 1년을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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