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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화의 문학-수필   하루의 행복
일상생활의 잔잔한 이야기와, 생활글, 그리고 시사에 관련한 생각들.
올해는 좀 더 많은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작성자 설연화
작성일 2010-09-25 (토) 16:59
홈페이지 http://sichenji.com
ㆍ추천: 0  ㆍ조회: 1851      
IP: 220.xxx.26
김여사의 장롱면허 탈출기 2 - 내 차가 생기던 날
 

김여사의 장롱면허 탈출기 2 - 내 차가 생기던 날



“올해 생일에는 내가 키를 하나 선물 해 줄게”



지난 5월에 남편이 했던 말이다. 남편이 외지 현장으로 돌아다니면서 집에 있는 날이 일 년에 절반도 되지 않는 해가 많았다. 그래서일까. 예전의 남편은 우선순위가 형제, 일, 가족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가족, 형제, 일. 순으로 바뀌었다. 어떤 한 것도 가족보다는 남편에게 우선순위가 될 수 없고, 아내보다 우선순위는 없었다. 그래서 시누이는 그런 남편을 팔불출이라 부른다. 그럴 때마다 남편이 하는 말은.

“애기라 챙겨줘야 돼.”

“더 애기 때는 아예 모른 척 하더니, 웃겨!”

그랬다. 

남편과 결혼 했을 때가 22살, 23살에 큰 아이를 낳았으니, 정말 애기였었다. 그런데 10년은 방치했고, 5년은 눈길만 주었고, 이제 5년째 진정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러도 될 만큼 아내에게 충실한 남편이 되었다. 매사에 아내부터 챙기는 남편이 지난 5년 동안 생일 선물로 내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들을 사 주었다. 처음에는 가전제품부터 시작하더니, 작년에는 내가 참 갖고 싶어 하는 노트북을 생일 선물로 사 주었다. 그리고 지난 7월부터 딸아이와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었다.



2주에 한 번씩 차량 견적서를 들고 들어왔다.

대학생인 딸아이가 집에 오는 날에는 둘이 노트북을 펼치고 앉아 인터넷에서 차종 검색에 여념이 없었다.

“나는 그냥 쪼그만 소형차도 괜찮다니까. 카메라 들고 사진 찍으러 내 마음대로 다니면 그것으로 족해.”

내 소망은 정말 그랬다. 욕심은 없다. 누군가에게 내세우고 싶을 허영심도 없다. 그냥 실질적으로 남편이 없으면 못 움직이고, 카메라를 들고 멀리 나가지 못하는 이 생활만 탈피가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이었다.



그렇게 9월이 되었다.

저녁 무렵이 되었을 때,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경비실 앞으로 나와 봐.”

“응?”

“빨리 나와 봐”

트레이닝복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남편은 낯선 차 앞에서 방긋 웃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차 앞으로 다가가자 나에게 자동차 키를 건네주었다.

“이거 생일 선물이야. 내가 키 하나 준다고 했지?”

3일 뒤가 내 생일이었다. 난 생시일까 믿어지지 않았다. 몇 번인가 차를 사주겠다고 약속만 했었지 그 약속이 지켜지지는 않았다. 차의 앞모습만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남편이 내 옆으로 다가와 어깨를 감싸 안았다.

“중형급으로 해주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형편이 그렇게 안 되네? 그래서 미안해. 다음에 아이들이 좀 크고, 형편이 좋아지면 중형으로 바꿔줄게.”

“아냐, 이걸로도 황송해”

그때였다. 뒤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나더니, 작은집 식구들이 모두 몰려나왔다. 같은 아파트 2단지에 살고 있는 시동생이었다. 아이들은 내가 차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에 차안으로 들어가 이것저것 만지기 바빴고, 남편은 약간 인상을 찌푸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난 그저 웃고 말았다.



“형님, 풀 옵션이라 좋죠? 선루프만 빼고 후방카메라까지 모두 다 있는.......”

“선루프가 뭐야?”

“왜 드라마 같은데 보면 천정 열어서 고개 내밀고 하는 것 있잖아요.”

“아!”

“차 안에 들어 가 보셨죠?”

“아니, 아직”

그때 동서는 당황하는 표정을 보였다. 그러더니 이내 아이들을 불렀다.

“야! 아직 큰 엄마도 차 안에 안 들어갔데. 빨리 나와”

“아냐 괜찮아. 애들인데 뭐”

“우리 애들이랑 갈비 먹으러 나왔는데, 형님이 밥 사야겠네. 큰 선물 받았잖아”

“그런가?”

“얼른 밥 먹으러 가게”

“나 슬리퍼야”

“어때요, 이 앞으로 갈 건데”

그 뒤로도 한참 동안을 그 차 앞에서 서성이기만 했다. 차 안에는 남편과 시동생이 앉아서 차 구조를 파악하고, 설명을 듣고 있었고, 조카들은 차 구석구석까지 나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동생은 사업상 고급외제차를 소유하고 있었기에 아이들이 차에 대해서는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고급 외제 승용차를 1~2년에 한 번씩은 새 차로 바꾸고 있었으니........

 

얼마나 지났을까. 남편과 시동생이 차 밖으로 나왔고, 우리는 작은집 식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야했다. 그리고 건네주는 축하주에 시승식은 다음날로 미뤄야했다. 그런데 다음날 남편이 일 때문에 늦어진다 했다. 빨리 오려 했는데 일이 좀 꼬여있어서 해결을 하고 퇴근을 해야 할 것 같다는 것이다. 마침 딸아이도 주말이라 집에 와 있었다. 어찌할 수 없이 동생을 불렀다. 그런데 동생이 집에 오는 같은 시각에 남편이 들어왔다. 함께 저녁을 먹고, 가까운 은파유원지로 시승식을 나갔다.

“오토라 적응이 쉽게 안 되네. 우리 자영엄마 운전하기는 좋겠다.”

“당신 적응 안 되도 돼! 내 차잖아!”

은파 유원지에서 남편은 자동차 키를 나에게 넘겼다. 주차 연습이랑 자동차 기능을 익히라는 것이었다. 남편은 언제나처럼 옆에 앉았고, 내가 차가 없는 곳이라고 차선을 지키지 않자 소리를 꽥!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운전대 놓고 집에 택시타고 가 버릴 뻔 했다.



“차 없잖아. 더군다나 한산한 주차장인데 왜?”

“차가 없어도 아직 초보니까 차선은 지켜가면서 운전해야지. 여기도 도로야! 도로교통법에 적용이 되는 도로.”

“그럼 이쁘게 말해주면 되잖아.”

“조용히 말하면 다음에 또 그럴 것인데, 한 번에 각인을 시켜야지”

“현장 사람들 대하 듯.......”

내 목소리가 조금 격양이 된 것을 동생이 느낀 모양이다. 내 말을 자르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거거 그래서 부부가 같이 운전 연습하면 안 된다고 합디다. 그러다가 쌈 하것소!”

그렇게 주차 연습 몇 번과 주행을 하고 나서는 난 운전대를 놔 버렸다. 그리고 한쪽에 앉아 혼자 중얼거렸고, 남편은 멀리에 있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가져와 내밀었다.

“삐졌어?”

“말 안 해!”

“갈 때 운전하고 가”

“싫어. 아저씨가 해!”

“그나저나 큰일이다. 잘못하면 내일 오후에 서울로 가야 될지도 모르는데, 당신 운전연습은 누가 시켜주냐? 기열이도 밤 10시 넘어서 일이 끝난다는데?”

“그냥 주차장만 채우고 있어야지 뭐”

그렇게 내 차가 생겨서 좋아했던 그날. 남편의 급한 성격의 큰 목소리 때문에 고마웠던 마음은 어디론가 숨어버렸고, 운전 안 해. 라는 오기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남편이 잠든 사이. 난 조용히 주차장으로 나갔다. 그리고 운전석에 앉았다.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켜고, 자동차 사용설명서와 오디오 설명서, 그리고 내비게이션 설명서를 들고 밤새 그 차안에서 자동차 구조와 사용법을 익히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다행인지 불행인지 폭우가 쏟아졌다. 그로인해 남편이 서울로 올라가는 것이 연기되었고, 본격적인 장롱면허 탈출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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