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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화의 문학-수필   하루의 행복
일상생활의 잔잔한 이야기와, 생활글, 그리고 시사에 관련한 생각들.
올해는 좀 더 많은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작성자 설연화
작성일 2014-06-27 (금) 01:35
홈페이지 http://sichenji.com
ㆍ추천: 0  ㆍ조회: 564      
IP: 220.xxx.26
아홉개의 발가락
아홉 개의 발가락
          설연화

간간이 가래 끓는 소리가 아직 살아계신다는 것에 감사해야 했던 응급실에서 난 어머니의 발가락을 처음 보았다. 아니 처음 보았다기보다 그렇게 자세히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몇 년 전, 아버지께서는 특수작물로 느타리버섯을 재배하셨다. 어머니와 두 분이서 버섯 재배하는 하우스를 직접 지으시는 과정에서 철 구조물에 어머니의 왼쪽 엄지발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 당시에는 전혀 소식을 듣지 못했고, 나중에 고향집에 갔을 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머니의 발가락이 아홉 개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머니의 닳고 달아서 뭉툭해진 아홉 개의 발가락을 자세히 볼 기회는 없었다. 아니 무심한 나머지 한 번도 어머니의 발을 씻겨드린 적이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머니께서 의식이 없으시다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먼저 구급차를 시골집으로 보내놓고 급하게 병원으로 찾아갔다. 어머니는 부르면 눈은 뜨셨지만 이내 감아버리셨고, 어떠한 의사소통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미 자가 호흡은 하실 수 없는 상황이라 기도삽관이 되어 있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의사의 진단에 사지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듯 했다.
“마음의 준비는 하고 계셔야 할 것 같습니다. 폐가 염증으로 뒤덮여서 숨 쉴 수 있는 폐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경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지만, 일단 마음의 준비는 하고 계시는 것이.......”
지난 명절에 어머니는 걷는 것조차 힘들어하셨다. 병원에서 퇴원하신지 며칠 지나지 않았기에 올 해 넘기실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을 모두 하고 있는 터였다. 하지만 막상 의사의 말이 떨어지자 온 몸에 있던 기운이 모두 사지를 통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아버지께서는 연로하셔서 병원에 계실 수 없고, 일단 동생과 함께 응급실에서 날을 새우기로 했다. 새벽녘 동생은 비어있는 옆 침대에 잠들어 있고 난 어머니의 팔, 다리를 주무르며 어머니 곁에 있었다. 다리를 주무르고 있을 때, 어머니께서 발을 움직이셨다. 나도 모르게 발을 손으로 만졌다. 뜨겁다. 좀 과장하면 물수건을 발에 대면 지지직하고 소리가 날 정도였다.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물티슈로 어머니의 발을 닦았다. 뜨거웠던 물티슈가 물에 적시면 시원해지기에 몇 번 반복하고 나니 어머니의 발도 이내 조금 차가워진 것 같았다.
가방에 있던 핸드크림을 꺼내 어머니의 발에 바르면 뜨거워지는 것을 조금이라도 방지할 수 있을까 싶어서 어머니의 발에 손을 가져간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세히 본 적 없는 어머니의 발가락. 부딪히고, 깨지고, 닳아 짧고 굵은 발가락이 어머니의 삶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억척이셨다.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오남매 키우시며 유년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천식 때문에 기침을 하시며 피를 토해도 누워 계시지 않았다. 헉헉거리며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기침을 하시면서도 밭에 나가서 일을 하셨고, 다른 집 밭일을 나가셨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쯤, 어머니는 생활력 강하신 분이 아니라 자신을 학대하는 분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부모도 없이 가난한 아버지께 시집와서 자식들 굶기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으신 것을. 21살에 결혼해서 77세가 되실 때까지 밭으로, 논으로, 남의 집 밭으로, 사과 농장으로, 배 과수원으로 그 근방은 모두 어머니의 발로 돌아다니셨던 것이다. 다니시며 일하다 다치고, 깨지고, 뭉개지고....... 그런 세월을 사셨으니 어머니의 발이 고울 리가 없는 것을.
어머니의 딸로 태어나 처음 만져보는 어머니의 발. 작고 볼품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이 아닐 수 없다. 발톱은 제멋대로 옆으로 틀어지고, 몇 번 다쳤는지 두껍다 못해 발톱인지 뼈인지 구분하기 힘들고, 발가락은 닳고 달아서 끝이 뭉툭하고 거칠다. 눈물이 난다. 어머니는 저 작은 발로 얼마나 많은 들과 산으로 다니셨을까. 여행도 운동도 아닌 생활고를 이겨내기 위한 몸부림을 발이 대변하고 있었다.

바로 앞에 있는 간호사가 볼까봐 몰래 눈물을 훔치며 어머니의 발을 바라보고 있었다. 응급환자가 들어오는 소리에 동생이 잠에서 깼다. 눈물이 고인 나를 보더니 묻는다.
“왜 울어?”
“엄마 발보니까 너무 가엽어서.......”
“엄마 엄지발가락 없는 것이 뭐 새삼스러워?”
“아니, 엄마 발가락이 너무 닳아서 짧아. 뭉툭하고 거칠어”
동생은 말이 없었다. 발가락이 절단되고 난 후에는 집에서도 양말을 벗지 않으셨기에 동생도 생소한 것 같았다. 울컥하는 마음이 드는 것인지 담배를 찾아 물더니 밖으로 나갔다.
기도삽관으로 연결된 호스에서 가래 끓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기계에서 위험 신호음이 들려왔다. 간호사가 달려오고 가래를 빼내는 썩션을 하고나니 다시 조용해졌다. 하얀 백지장처럼 창백한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감고 있는 눈가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힘드신 모양이다. 얼굴에는 온통 식은땀으로 젖어있고, 몸도 축축하다.
어머니의 삶에서 부드러운 모습은 노년에 겨우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말투는 여전히 부드럽다거나 다정다감한 것과는 거리가 먼 거칠고 억세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염병허등갑다. 누가 이년아 너한티 발 씻겨 달라디야? 내가 손이 없다냐? 발이 없다냐? 사지육신 멀쩡헌디 내가 뭐땀시 너한티 내 발을 씻겨달라고 헌다냐 염병헐”

어머니께서 병원에 입원하신지 두 달이 지났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오가며 생사를 몇 번 넘기시고 기도삽관을 빼고 기관지 삽관으로 다시 천공한지 한 달. 며칠 전 병실을 찾으니 덥다며 버선을 벗어 놓으셨다. 물수건으로 발을 닦은 후 바디로션을 바르려하니 눈을 부릅뜨시며 손을 내저으신다.
“괄괄한 성격의 엄마 모시고 다니느라 발이 너무 고생이 많잖아요. 병원에 계실 때라도 발이 호강 좀 하게 가만 계셔요. 봐요 발이 힘들다고 하잖아요.”
어머니께서 웃으신다. 두 달 동안 병원을 찾았지만 웃는 모습은 처음 뵈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다. 어머니의 손과 발이 모두 뭉툭하고 거칠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 발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렇게 어머니의 발이 뭉툭해지도록 힘들게 살지 않으셨다면 오남매가 지금 이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 있었을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어머니의 고단한 삶과 함께 무디어지기만 한 어머니의 발가락.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가장 아름다운 발가락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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